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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것들은 깊숙하게 반짝 빛나는 별빛으로

Artist
변예진(Byeon Yejin)
Title(KR)
사랑하는 것들은 깊숙하게 반짝 빛나는 별빛으로
Title (EN)
The things we love are like starlight shining deeply
Year
2026
Medium
Acrylic on canvas
Demensions
40 x 30cm
Pricing
₩800,000
Inquiry
ARTRIE(HEYRI) : 010-7928-0879 / hegme@nate.com
4 more properties
사랑하는 것들은 깊숙하게 반짝 빛나는 별빛으로 The things we love are like starlight shining deeply (2026)
Acrylic on Canvas
40 x 30cm
변예진(Byeon Yejin)
작품 소개
꽃은 늘 인간에게 회화적 은유의 장치였다. 서구 르네상스 이후 정물화의 ‘바니타스(vanitas)’에서 꽃은 덧없음과 죽음을 상징했고, 동아시아 회화에서는 자연 질서와 윤리적 교훈을 담아냈다. 19세기 인상주의에 이르러 꽃은 빛과 색채의 실험장이 되었고, 20세기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의 작품에서는 확대된 꽃의 형태가 성적 은유와 근대적 여성성을 드러내는 매개체로 기능했다. 즉, 꽃은 미술사 전반에서 끊임없이 죽음–성–자연–시간을 가리키는 기호였다.
그러나 오늘의 꽃은 과거와 다르다. 기후위기의 현실 속에서 꽃은 더 이상 영원한 생명력의 상징이 아니라, 소멸 이후에 피어날 잔여적 생명의 가능성을 품는다. 실제로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영구동토층이 해빙되면, 수만 년 전 묻혀 있던 식물의 씨앗이 발아할 가능성이 보고되고 있다 (예: 러시아 연구팀이 3만 2천 년 전 씨앗을 복원·발아시킨 사례, Yashina et al., PNAS, 2012). 꽃은 파국 이후의 풍경에서 재앙의 기록자이자 미래의 유령이 된다.
이 작업의 꽃들은 곧고 단단하게 서 있지 않는다. 흘러내리고, 끊어지고, 신체와 유사한 단편적 형태로 드러난다. 이는 자연을 닮은 재현이라기보다는, 분절된 인간의 몸, 억압된 섹슈얼리티, 환영처럼 남는 통증을 가시화한다. 꽃은 더 이상 관람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적·비인간적 신체가 교차하는 환각적 경험으로 변모한다.
즉, 기존 꽃 회화의 역사에서 ‘아름다움’과 ‘죽음’의 기호로 소비되던 꽃은, 이 작업에서는 기후 재앙의 현상학적 징후, 단절된 신체의 은유, 환각적 경험의 장으로 전위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꽃은 다시금 회화적 실험의 현장으로 돌아온다.
거시적으로는, 꽃을 지구의 붕괴와 함께 상상한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린 자리, 재앙의 잔해 위에 기형적으로 피어날 꽃들. 그것은 지구온난화의 꽃이며, 세계가 무너진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을 유령 같은 증거다.
미시적으로는, 꽃은 인간 신체의 은유다. 잘린 사지, 겹겹의 근육, 억눌린 섹슈얼리티와 욕망이 꽃잎으로 치환된다. 꽃은 곧 몸이고, 몸은 곧 환영이다. 나는 꽃을 통해 인간과 귀신, 욕망과 상흔의 경계를 동시에 그린다.
기형적 형태의 꽃은 환각처럼 피어난다. 그것들은 존재하지 않지만, 부재의 통증처럼 감각된다. 환상통처럼, 자각몽처럼, 잡히지 않으면서도 선명한 감각을 남긴다. 가까운 미래의 온 지구가 꽃밭으로 뒤덮힐 것을 생각한다.
꽃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무너져가는 세계와 단절된 인간, 그리고 부재의 감각을 증언하는 도상이다. 나의 꽃은 흘러내림 속에서만 피어나는 존재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인간 이후의 행성은 꽃의 별이 될 것이다. 아마 상상하지 못할 만큼 찬란하고 아름답고 기형적으로 아주 거대한 생명체가 될 것이다.
“닿지도 않을 높이로 반짝이는 별은 언젠가 깊숙한 곳에 침점하고, 우리는 그 별빛을 따라 헤엄치며 몰랐던 꿈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할 것이다. 별은 못 만져도 별빛은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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