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아마게돈

Artist
박성진(SJ Park)
Title(KR)
아마게돈
Title (EN)
Armageddon
Year
2017
Medium
Acrylic on canvas
Demensions
53 x 53 x 2cm
Collection
2 more properties
아마게돈 Armageddon (2017)
Acrylic on canvas
53 x 53 x 2cm
박성진 SJ Park
작품 소개
검은 밤 대신 황금빛으로 들끓는 하늘 아래, 화면은 마치 마지막 날의 풍경을 한 번에 압축해 펼쳐 놓은 지도처럼 보인다. 중심의 푸른 연못은 주변의 혼란과는 다른 시간대를 품고 있다. 형광에 가까운 블루 위로 연꽃이 피어나고, 작은 새와 물고기들이 유영하며,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생명의 리듬을 보여 준다. 연못 가장자리의 짙은 초록 띠는 이 푸른 원을 간신히 지켜내는 방어선처럼 둘러서 있고, 그 바깥으로 갈수록 색은 탁해지고 형태는 거칠어지며, 세계가 균열을 향해 기울어 가는 기운이 짙어진다.
왼편 아래에서부터 화면을 가로지르는 번개 모양의 노란 균열은 대지와 시간을 동시에 가르며, 그 아래로 흩뿌려진 검은 씨앗과 뱀의 형상은 이미 시작된 붕괴와 오염을 암시한다. 삼각형의 붉은 구조물과 타오르는 기둥, 검게 일그러진 숲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한 문명의 잔해처럼 보인다. 반대편 오른쪽에는 작은 집들이 큐브처럼 쌓여 있고, 그 위로 불타는 말과 뒤엉킨 인물의 형상이 떠올라, 땅 위의 삶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 모든 요소는 선과 색의 정확한 묘사보다는, 아크릴 물감이 남기는 두터운 흔적과 거친 터치를 통해 감정의 속도와 공기의 온도로 먼저 다가온다.
하늘은 이 장면을 내려다보는 심판의 공간이자, 아직 끝나지 않은 가능성이 스며 있는 층위로 그려진다. 소용돌이치는 태양, 떨어지는 검은 형상들, 붉은 새와 흰 새가 뒤섞인 무리는 재앙과 구원의 조각들이 동시에 하강하는 장면처럼 읽힌다. 오른쪽 위의 쌍무지개와 작은 배는 오래된 홍수의 신화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 색은 지나치게 선명하고 인공적이어서, 전통적인 약속이라기보다 불안정한 임시 피난처에 가깝게 느껴진다. 화면 곳곳에 숨어 있는 거북, 꽃, 빛나는 식물과 하얀 존재들은 이 세계가 완전히 끝나 버리기에는 아직 남아 있는 작은 증언들처럼, 마지막까지 저항하는 생명과 감각의 잔광을 품고 있다.
이 이미지 앞에 서면, ‘아마겟돈’은 거대한 전쟁의 서사가 아니라, 이미 균열이 난 세계를 바라보는 개인의 감정 지도처럼 다가온다. 관람자는 푸른 연못의 고요와 황금빛 하늘의 소란, 땅을 가르는 노란 번개 사이를 오가며, 자신이 어느 쪽의 경계에 서 있는지 조용히 가늠하게 된다. 끝과 시작, 파괴와 재생이 한 화면 안에서 동시에 발화되는 이 풍경 속에서, 마지막 장면은 단번에 닫히는 문이 아니라, 여전히 여러 방향으로 열려 있는 선택의 갈림길처럼 남는다.
아마게돈은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선과 악의 최후의 전쟁터이다. 아마게돈은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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