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스케이프_201101
Mindscape_201101 (2020)
•
Oil on canvas
•
73 x 117 x 3cm
•
박성진 SJ Park
작품 소개
가로로 길게 펼쳐진 화면 전체를 짧고 세로로 떨어지는 붓질들이 가득 메운다. 터쿼이즈와 사파이어 블루, 딥 그린이 촘촘하게 겹쳐지며, 빗줄기가 연속해서 떨어지는 장면처럼 세로 방향의 흐름을 만든다. 일정한 패턴처럼 보이지만, 각 붓질의 길이와 두께, 미세하게 흔들린 방향이 조금씩 달라서, 화면은 고르게 내려앉은 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속도로 흘러내리는 생각의 줄기처럼 느껴진다.
오일 물감을 여러 번 쌓아 만든 두꺼운 표면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복잡한 층위를 드러낸다. 아래층의 어두운 블루와 바이올렛,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옐로와 핑크의 입자들이 위로 스며 나오며, 단일한 푸른색이 아니라 수많은 감정과 기억이 뒤엉킨 심연의 색으로 변한다. 세로로 끌어내린 붓 자국들은 중력 방향을 따르면서도 곳곳에서 미세하게 갈라지고 겹쳐져, 잠시 머뭇거린 호흡, 다시 이어 그은 손의 궤적을 그대로 남긴다. 물감이 흘러내린 듯 솟은 두께는 단순한 질감이 아니라, 축적된 사유가 응고된 흔적에 가깝다.
한 걸음 물러서면 수없이 반복된 붓질들은 더 이상 개별적인 선이 아니라, 조용히 내려앉는 푸른 장막으로 보인다. 위와 아래, 안과 밖의 경계가 흐려진 화면 앞에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왕복하며, 가라앉았다 떠오르는 마음의 리듬을 따라가게 된다. 관람자는 일정한 패턴 속에 숨어 있는 미세한 떨림들을 더듬듯 바라보며, 자신만의 속도로 가라앉고 정리되는 생각의 풍경, 하나의 ‘Mindscape’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게 된다.
‘마인드스케이프'는 형상 이전의 형상, 기억 이전의 기억, 감정 이전의 감정을 포착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이 작품은 무언가를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언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작업은 생각을 표현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생각이 형성되기 이전의 상태를 기록한 것이다. 반복되는 수직의 스트로크는 의식의 흐름이자, 멈추지 않고 처리되는 내면의 리듬을 상징한다. 질서와 무질서 사이에서 마음은 하나의 방향을 갖지만, 명확한 형태는 굳어지지 않는다. 감정과 기억 그리고 인식이 형태를 얻어가는 과정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정신적 추상(Spiritual Abstraction)에 가깝다.
‘마인드스케이프(Mindscape)’는 감정이나 서사를 전달하지 않는다. 대신 관람자가 자신의 내면을 투사하며 잠시 머물 수 있는, 비 언어적 의식의 풍경을 제시한다.
‘마인드스케이프(Mindscape)’는 외부 세계의 풍경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태어나고 사라지는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따라서, 이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 관람자의 기억과 감정 또한 화면의 일부로 편입되며, 작품은 매번 다른 형태로 다시 태어난다. 이처럼 ‘마인드스케이프(Mindscape)’는 단지 하나의 그림이 아니라, 의식이 풍경을 만들고, 풍경이 다시 의식을 만드는 순환적 구조를 시각화한 실험적 회화라 할 수 있다.
이 화면 앞에서, 당신의 마음은 지금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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