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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니티_240102

Artist
박성진(SJ Park)
Title(KR)
이터니티_240102
Title (EN)
Eternity_240102
Year
2024
Medium
Oil on canvas
Demensions
91 x 91 x 3cm
Collection
2 more properties
이터니티_240102 Eternity_240102 (2024)
Oil on canvas
91 x 91 x 3cm
박성진 SJ Park
작품 소개
정사각형 화면을 가득 메운 짧은 붓질들은, 처음에는 하나의 거대한 색의 장(場)처럼 다가온다. 레드와 오렌지, 옐로가 만든 따뜻한 기운 사이로 라이트 블루와 터쿼이즈, 미세한 베이지 톤이 끊임없이 스며들며, 전체적으로는 밝고 공기감 있는 온도를 형성한다. 어느 한 방향으로 흐르거나 중심을 세우지 않은 색의 파편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는 듯 보이지만, 시야를 넓히면 화면 전체가 일정한 호흡으로 진동하는 하나의 파동처럼 느껴진다.
오일 물감을 반복해서 올리며 만들어진 두꺼운 표면은 가까이에서 볼수록 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비슷한 크기의 붓 자국들이 끝없이 이어지지만, 각기 다른 속도와 힘, 살짝 비틀린 방향 때문에 화면 곳곳에서 미세하게 다른 리듬이 생겨난다. 어느 한 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그 붓질이 바로 앞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그 아래층에서 오래전에 자리 잡은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지며, 겹겹이 쌓인 시간의 켜가 시각적으로 드러난다.
한 걸음 물러서면 수없이 쌓인 순간들이 하나의 연속적인 장면으로 합쳐진다. 독립된 존재처럼 솟아 있던 붓 자국들은 더 이상 개별적인 점이 아니라, 끊어지지 않는 흐름을 이루는 작은 파동으로 느껴진다. 시선을 어디에 두더라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색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관람자는 자신만의 속도로 화면을 순환하게 되고, 끝과 시작이 분명히 나뉘지 않는 시간의 감각, 조용히 지속되는 ‘영원’의 상태와 마주하게 된다.
이터니티 시리즈 (Eternity Series)는 박 성진 작가(SJPark)가 2021년부터 현재까지 전개해 오고 있는 일련의 회화 작업이다. 화면 전체가 작은 붓 터치와 색채로 가득 차 있는 추상 회화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전체가 하나의 패턴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수많은 곡선, 짧은 직선, 겹쳐진 색의 흔적 등이 층층이 쌓여 있다. 각각의 붓질이 독립적으로 살아 있어, 마치 혼돈 속에 규칙이 숨어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화풍은 추상 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를 연상시키며,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1912~1956)의 드리핑(Dripping) 기법과도 닮아 있다. 하지만, 이터니티 시리즈는 드리핑 기법의 우연적/즉흥적인 선이나 점들과는 달리, 작가가 하나하나 의도적으로 칠한 붓터치로 이루어져 있다. 색감은 붉은색, 파란색, 노란색, 보라색 등이 고르게 섞여 있어, 다채롭고 활기찬 분위기를 만든다. 전체적으로는 따뜻한 색조와 차가운 색조가 교차하며 균형을 이룬다. 특정한 중심이나 방향성이 없고, 화면 전면이 균등하게 채워져 있는 ‘올오버 페인팅(All-over Painting)’ 형식이다. 보는 위치에 따라 시선이 특정 부분에 머물기도 하지만, 곧 전체로 퍼져 나가는 감각을 준다. 반복된 붓 터치와 색의 진동이 리듬감과 생동감을 만들어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질서와 무질서 사이를 오가는 감각을 경험하게 한다. 점화點畵 시리즈로 유명한 김환기(1913~1974)의 올오버 감각과도 유사한 면이 있다. 하지만, 김환기의 명상적/서정적 분위기에 비해 이터니티 시리즈는 훨씬 다채롭고 혼돈스러운 에너지를 보여준다. 반복되는 붓질과 화면 전체의 일정한 리듬은 박서보(1931~2023)의 묘법 시리즈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러나, 박서보의 단색화는 절제된 색과 미니멀리즘을 강조하는데 비해, 이터니티 시리즈는 색채가 폭발적으로 다양해 혼돈과 생동을 추구한다. 정리하면, 이터니티 시리즈는 서양 추상 표현주의의 혼돈적 에너지와 한국 단색화의 명상적 반복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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