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핌
Seraphim (2017)
•
Acrylic on canvas
•
91 x 65 x 3cm
•
박성진 SJ Park
작품 소개
검은 밤을 배경으로 선 인물은 하나의 천사가 아니라, 여러 전통과 상상력이 겹쳐진 다층적인 존재에 가깝다. 화면 중앙의 얼굴은 놀랄 만큼 인간적이지만, 그 둘레를 감싸고 있는 소·사자·양의 머리는 고전적인 상징 체계를 불러오며, 이 인물이 단일한 정체성이 아니라 수많은 성격과 역할을 품은 집합체임을 드러낸다. 머리 위의 새와 뱀, 사방으로 번지는 눈 모양의 패턴은 초월적 감시와 내면의 감각이 동시에 확장되는 상태를 시각화하고, 형형색색의 날개는 이 존재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 지대, 인간과 신, 동물과 영체 사이를 오가는 매개자처럼 보이게 한다.
아크릴 특유의 선명한 형광색은 이 형상을 현실에서 한 발 비켜선, 거의 환각에 가까운 장면으로 밀어 올린다. 초록과 오렌지, 옐로가 번갈아 타오르는 날개와 가슴의 깃털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안쪽에서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의 결을 따라 배치된 듯 보인다. 가슴 중앙의 붉은 심장은 이 존재의 중심이 감정과 생명력에 있음을 암시하고, 그 주변을 둘러싼 눈들은 마치 감정 하나하나가 또 다른 시선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내면과 외부 세계가 뒤엉킨 지각의 구조를 드러낸다. 두텁게 겹쳐진 붓질과 거친 가장자리는 이 신성한 형상이 완결된 상징이라기보다, 계속해서 흔들리고 갱신되는 감정의 초상에 가깝다는 인상을 남긴다.
화면 상단의 뱀과 탑, 빛을 흩뿌리는 구조물은 이 인물이 속한 세계의 스케일을 넓힌다. 뱀의 몸통을 따라 반복되는 눈들은 끝없는 감시와 순환을, 오른쪽 위에 떠 있는 황금빛 구조물은 하늘의 도시이자 데이터의 집적소처럼 보이며, 영적 체험과 현대적 상상력이 한 화면 안에서 뒤섞이는 지점을 만든다. 이 존재는 특정 종교의 교리를 대변하기보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신화와 이미지, 개인적인 믿음의 파편들이 한 번에 응축된 하나의 형상으로 서 있다.
작품 앞에 서면, 관람자는 이 형상을 숭배의 대상으로 바라볼지, 자신의 내면에서 솟아오른 감정과 상처, 소망이 뒤섞인 자화상으로 받아들일지 자연스럽게 흔들리게 된다. 검은 배경 속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듯한 색의 떨림을 따라가다 보면, ‘세라핌’이라는 이름이 먼 하늘의 존재를 가리키기보다, 각자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타오르고 있는 경계 너머의 자아를 가리키는 또 하나의 이름처럼 느껴진다. 이 낯선 천사의 눈과 마주하는 동안, 관람자는 자신이 믿어 온 세계의 구조와, 그 안에서 지키고 싶은 가장 작은 빛 하나를 천천히 떠올려 보게 된다.
천사라는 미스테리한 존재를 시각화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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