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나는 꽃을 다루는 사람이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 빛나는 순간을 만드는 일이다.
이번 작업은 그 순간을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무대’이자 ‘정원’이다.
관객은 그 안에 들어와 머무르고,
자연스럽게 장면의 일부가 된다.
이 공간은 단순히 기록을 위한 배경이 아니라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감각을 환기시키는 장치에 가깝다.
오래 바라볼 수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
그저 멈춰 서서 넋을 놓을 수 있는 공간.
이 작업의 출발점은
과거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시간에 있다.
나는 간호사였지만 또한 그곳에서 삶의 마지막을 마주한 이들을
정리하고 배웅하는 일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의 두 손 위에 꽃을 놓았다.
단 몇 송이의 꽃이 놓이는 순간,
공기의 밀도와 공간의 감정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그 이후로 꽃은 나에게
장식이 아닌,
공간과 감정을 전환시키는 매개가 되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그 순간을 기억하며 꽃을 다룬다.
누군가가 잠시 멈춰 서고,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자신의 감각을 다시 느낄 수 있도록.
이 공간이
그 짧지만 분명한 변화의 순간이 되기를 바란다.


